#사례
“이 정도 실적이면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우리 지점 성과라는 것도 있는데 이렇게 밖에 못해주면 더 이상 같이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선택을 해주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도 피해 안보고 서로 좋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얼굴 부딪힐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좋게 헤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이득 아닐까? 잘 생각해보고 다음 주 주간회의 전에 따로 알려줬으면 좋겠어.”
A는 기존에 다니던 제약회사의 영업직을 그만두고, 약 3개월 전에 규모도 더 크고 인지도도 높으며 영업직에 대한 대우도 좋아 선망의 대상이던 제약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기존 직장에서도 나름 ‘탑급’의 영업실적을 유지해왔던 A는 그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을 했기에 새로운 회사의 지점장인 B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A는 입사 후 매출 실적이 부진해서 두 달 연속 지점 영업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 지점장 B는 입사 2개월이 조금 지날 무렵 A를 개인적으로 호출하여 위와 같은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지점장 B는 계속해서 부진한 A의 실적으로 인해 지점 성과가 저하되는 것을 우려했고 이에 A에게 수습계약 종료 통보를 하고 싶어 인사팀에 문의했지만, 인사팀으로부터 A가 입사할 때 경력직이어서 별도로 3개월의 수습기간을 계약서에 명시하지도 않았고, 수습기간에 대한 평가 절차나 평가 지표, 방법 등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아 수습계약 종료 통보를 할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에 지점장 B는 최후의 수단으로 A가 견디지 못해 자진해서 나가주기를 바라면서 위와 같은 사직을 종용하는 발언을 하였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B의 사직 종용은 A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때까지 약 한 달간 매일같이 지속되었습니다.
#판단
지점장 B는 지점의 영업을 총괄하고, 영업직원들에 대한 실적을 관리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영업실적이 좋을 경우 일정 부분 정해진 룰에 따라 지점장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점장으로서의 위치와 책임 등을 고려할 때 분명 영업실적이 저조한 직원에 대한 실적 창출을 독려하고 이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은 B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일 것입니다.
다만, 지점장 B는 이러한 실적 관리의 수준을 넘어서 경력직이기는 하나 입사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A에 대하여 퇴사를 압박하거나 종용하는 행위를 약 한 달간 반복·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직 종용은 업무상의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편, 노동위원회 및 법원은 사직을 종용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두4675 판결, 중앙노동위원회 2015. 10. 12. 선고 2015부해673 판정 등). 이와 같은 법리에 따를 때 만일 B의 A에 대한 사직 종용으로 인해 A가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행위였습니다.
[제언]
B가 A에 대해 사직을 종용한 것은 지점장의 입장에서 최대한 영업력이 좋은 영업사원들로만 추려서 지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점장으로서 오히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B는 A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고, A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해고에도 해당할 소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 위 사례에서 만일 제약회사가 A와의 근로계약 체결 당시에 수습(시용)기간을 부여하였고, 수습기간에 대한 평가 절차와 평가 지표·내용·방법 등을 포함한 사규가 있었으며, 그에 따른 평가 결과에 따라 본채용을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B는 위와 같이 사직을 종용하기 보다는 정해진 내용과 절차에 따라 A에 대하여 평가한 후 그 평가 결과가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전제 하에 A에 대한 본채용 거절, 즉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거친 해고를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사제도, 규정 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적어도 문제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인사제도, 규정 등을 철저히 정비하는 것은 분명 불필요한 분쟁의 발생을 예방하고, 분쟁의 발생 시에도 그 해결을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 분쟁 예방의 관점에서 인사제도 및 사규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