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A가 팀원으로 있는 재무팀은 팀장B를 포함한 전원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팀원들이 개인적인 일로 연장근로를 하기 어려워도 팀장B에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 3회 이상 퇴근시간이 되면 팀장B가 “저녁먹고 다 같이 야근합시다. 일도 많은데 빠지는 사람 없죠”라고 하면 모든 팀원들이 군말없이 야근을 하게 되고, 연장근로 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상시적인 연장근로로 주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사례2.
C가 속한 기획팀은 프로젝트 마감 전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C는 2주일 내내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했습니다. C는 회사에 별도로 연장근로 관리 시스템이 없어서 상급자인 팀장D를 직접 찾아가 연장근로를 했으니 수당을 챙겨달라고 했는데, D는 “사장님이 연장근로 신청하는 거 싫어하는 거 잘 알면서 그러냐. 나도 10년 넘게 매일 연장근로 해도 한번도 수당으로 받아본 적 없지 않냐. 너만 추가근로를 인정해줄 수는 없다”며 연장근로를 승인해주지 않고 수당 역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기획팀 다른 팀원들은 모두 연장근로를 하고도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A는 연장근로를 강요한 행위로, C는 필요한 연장근로를 승인해주지 않은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각 행위를 지시한 회사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판단]
직장 내 괴롭힘 성립요건 중 하나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에 의하면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습니다.
사례1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가 아닌 팀장B의 강요에 의한 연장근로로 판단되거나, 사례2에서 팀장D의 연장근로 승인 거부가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 각각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례1) 재무팀 내에 연장근로를 진행하기 어려워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팀장B는 이를 이용하여 주3회 이상 지속적·반복적으로 연장근로를 지시하였으므로 B의 행위는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연장근로를 강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 결과 A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한도를 넘는 근로를 빈번히 진행하였으므로 B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례2) 판례는 ‘현실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이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장근로 신청을 포기하는 분위기에 있는 직장이라면 연장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거나 연장근로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연장근로 한 시간에 대하여는 그에 상당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4.1.7. 선고 2013가소5258885 판결 등 참조). 사안에서 C는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마감을 위해 연장근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D로부터 사장님이 싫어하기 때문에 연장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그에 대한 임금 역시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D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사례1과 사례2는 위 판단과 같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고, 상급자에 의해 이루어져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이며, A에게는 원치 않는 장시간 근로를 시킴으로써 C에게는 근로에 대한 보상을 주지 않음으로써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례1에서 팀장B는 팀원들과 함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례2에서 팀장D는 팀원들과 동일하게 한번도 연장근로를 진행하고도 회사로부터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원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관리자의 행위가 과연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남습니다.
[제언]
사례1은 관리자의 연장근로 강요가, 사례2는 관리자의 연장근로 승인 거부가 문제되어 얼핏 그 원인이 상반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인력에 비해 많은 업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연장근로가 발생했으며, 회사가 연장근로를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잘못된 조직문화(분위기)에 기대어 이루어지도록 방치했다는 점에서, 즉 문제가 발생하게 된 계기가 ‘개인’보다는 ‘회사(조직)’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사(조직)’ 차원의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선 회사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미팅을 없애고 그 시간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을 위한 일’을 줄이고 ‘전문성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인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과도한 연장근로가 발생한다면 신규채용 등을 통해 인력의 양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연장근로는 근로기준법에도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근로감독시에도 주요하게 살펴보는 부분인만큼, 회사는 체계적인 연장근로 시스템(ex.취업규칙에 회사의 승인을 거친 연장근로의 경우에만 인정되도록 명시)을 갖추고, 이러한 시스템이 잘 실행되도록 뒷받침해주는 올바른 조직문화를 만들어 관련 법위반 및 갈등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관리자에 대한 인식 및 행동개선 교육이 병행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한편 사례에서는 연장근로만이 문제되었지만 잘못된 조직문화 하에서는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고충상담 프로세스 도입 등을 통해 사례와 같이 사건화되기 전 근로자의 고충을 파악해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바람직할 것이며, 이는 기업 내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7042911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