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도매회사에 근무하는 A는 주로 회사의 지시에 따라 봉제공장에 발주를 넣고 납기일을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거래처 중 한 곳인 B사장의 봉제공장은 납기일을 계속하여 어기고, 물품 수량을 맞추지 않는 등 여러 모로 문제가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결국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B사장은 A에게 연락하여 “네 번호랑 사무실 주소 아니까 쫓아간다”, “가서 니 목 따버린다”, “이 X아, 저 X아” 등의 폭언 및 욕설을 하였고, “남은 물건 안 보낼 것이다”라며 A에게 분풀이하였습니다.
A는 이 사건을 계기로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회사 대표인 C에게 고충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러자 C는 A에게 거래처에 “죄송하다”라고 하라면서 상대가 화가 풀릴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당신이 하는 일”이라면서 “회사는 당신이 일을 못 한 것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C는 회사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면서 A에게 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A는 자신에게 폭언 및 욕설한 B와 자신을 방치한 C를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습니다. B와 C의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당사자에게만 적용
봉제공장 사장 B와 의류도매업체 직원인 A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을 규율하는 법률인 점을 고려할 때, B 사장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나 근로자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B 사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으로 조치할 수 없습니다.
이와 달리 A와 C는 근로계약의 당사자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 C의 행위가 A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C가 A를 방치한 것은 근로계약상 발생하는 부수적 의무 중 하나인 근로자 보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점, A에게 B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과를 강요하는 부적절한 지시를 한 점,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해고라는 불리한 처우를 예고한 점은 C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A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제3자의 폭언 등에 사업주의 필요한 조치 의무
C는 B의 행위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지와는 별개로 B의 행위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2항은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에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조치'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서는 ①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②근로기준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휴게시간의 연장 ③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④관할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증거물·증거서류를 제출하는 등 법 제41조제2항에 따른 폭언 등으로 인한 고소, 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 데 필요한 지원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3항은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즉, 사업주는 고충을 호소하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해당 행위의 양태 및 정도, 근로자의 건강장해 정도, 근로자의 조치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조치의무를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C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과는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건강 보호 위한 운영방침 만들어야
최근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고객을 상대하는 근로자가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 폭행 강요 성희롱 및 성폭력 등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는 근로자에게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발생시키고, 회사 차원에서는 근로자의 이직률 증가와 생산성 저하 및 미디어 노출로 인한 회사의 이미지 타격 등이 발생하여 회사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고객응대근로자를 비롯하여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병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사용자가 선제적으로 근로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가이드(2021)'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한 운영방침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매뉴얼의 내용을 형식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로 고객 등으로부터 폭언 등이 있는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근로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대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와 고객 간의 갈등이나 분쟁 발생 시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 문화를 조성하고, 근로자와 함께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회사의 노력은 근로자가 가진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 근로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충분한 예산을 편성하여 근로자가 고충을 회사에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 창구를 마련하거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나 적정한 휴식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6200589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