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학원에서 A선생님과 B선생님 간에 폭행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B는 A의 직장 선배이자 대학 선배로 최근 입사한 A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A는 B가 평판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고 B와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B는 A의 사무실에 찾아가 통성명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말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의 사무실 물건을 만지거나 툭툭 두면서 말을 걸고 가기도 했습니다. A는 이러한 B의 행동이 상당히 불편했고 고심 끝에 ‘반말하지 말고 업무적으로 대우해 달라고 요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식사 시간 직후 B는 큰 소리로 “oo아!! 밥 먹었니? 이리 와봐”라며 A를 불렀습니다. A는 ‘이제 말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휴게실에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휴게실에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학원 인사담당자 C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A, B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나 A와 B는 서로 피해자는 본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C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건 장소인 휴게소에는 CCTV가 없고 A가 녹취한 파일이 있었지만 분명한 사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록에는 A가 “서로 존대합시다”라고 했고 B는“형을 가르치려고 들어?” "야 한번 때려봐 내가 받아줄게"라는 등의 말이 욕설과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A와 B 모두 서로 힘겨루기를 하듯 "나도 널 때릴수 있지만 참는거야~" "저도 마찬가지예요~ 예~"라고 하더니 우당탕탕 소리가 났습니다.
C는 경위서를 받았습니다. 각각 경위서에는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였고 A의 경위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반면 B의 경위서는 5~6줄 정도로 "본인이 맞았다"라고만 써져 있었습니다. C는 일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A와 B에게 접근근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A가 먼저 경찰에 신고하여 현장에 경찰이 방문하였고 B 역시 A를 고소하였습니다. C는 형사사건 진행과 별개로 회사 질서 위반에 대한 징계는 진행할 것이고, 사실 확인이 어려워 경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를 진행하겠다고 A와 B에게 알렸습니다. 이후 경찰은 한차례 더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고 B의 고소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A가 고소한 1심 사건은 1년 가까이 걸려 벌금형 500만원이 나왔습니다.
A는 B의 징계수위로 해고 또는 다른 학원으로 전적을 요구합니다. C는 징계를 진행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를 열기 전에 해고를 해도 괜찮은 것인지 등 징계 양정을 검토하기 위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자문 노무사는 핵심을 놓쳤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판단>
B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폭행)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C는 폭행 사건의 유책자가 누구인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징계의 본질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유지’이며 '회사는 회사 질서유지를 통하여 근로자 보호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습니다.
먼저 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은 직급 또는 관계 우위성이 있는 B에 의해서 업무상 적정성을 넘어 반말, 폭언, 폭행 등 정신·신체적 괴롭힘 사건이 일어난 것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해당합니다. 형사 고소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객관적 조사를 하여야 합니다. 결국 회사가 형사재판의 결과에만 의존해 객관적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 76조의 3 제 2항 위반에 해당합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경위서와 녹취록,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자체적인 사실 확인을 하고 조사보고서 등을 작성했어야 합니다.
또한 A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형사소송의 결과가 A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해서 A가 직장 내 질서위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B에게 책임이 크지만 A역시 B의 무례한 행동을 회사에 알려 개선방법을 찾지 않았고 무력으로 대응하는 B의 행동을 맞서서 응하였으므로 징계 또는 경고 등의 인사조치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징계 사유에 있어서도 A와 B는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이며 본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학원 내라는 점에서 ‘폭행’ 만이 아니라 취업규칙 전반의 질서위반을 검토하여 A와 B 모두 개별적으로 적합한 징계양정을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직원의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급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을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는 많은 직원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서영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출처 :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8129941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