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B는 A사 재무관리팀 팀원으로 입사해 4년동안 팀장 C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했습니다. 사건은 1년 전 즈음부터 시작됐습니다. C는 퇴근길에 B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B가 평소 차를 가지고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던 C는 B에게 “차 가져왔어? 혹시 집에 가는 길에 나 회사 근처 역에서 내려줄 수 있어?”라고 물었고, 이에 B는 호의로 “네. 제 차 타고 가시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 C는 퇴근시 B에게 점점 자주 카풀을 요구해 1년이 지나서는 1주에 평균 3-4회 이상 B의 차를 타고 퇴근했으며, 목적지도 회사 근처 지하철역이 아닌 C의 집 근처가 되었습니다. B는 자신보다 직책, 연차, 나이가 모두 높은 C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오늘은 자녀의 어린이집 픽업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몇 번에 걸쳐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C는 명백히 불편한 내색을 비추며 지속적으로 카풀을 요구했고, B는 이를 지속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워서 C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이후 B는 해당 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사례2
D사 마케팅부 대리 E는 1년 넘게 과장 F에게 퇴근시 카풀을 해줬습니다. 어느날 차를 타고 퇴근하던 E는 혼자 걸어서 퇴근하고 있는 F에게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항상 퇴근길에 지하철역을 지나가는 E는 이후에도 F와 같이 퇴근하는 경우 “과장님, 가는 길에 지하철역에 내려드릴게요”라고 호의로 카풀을 제안하곤 했고, F는 E에게 부담이 될까 종종 E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E는 F에게 지속적으로 카풀을 제안하며 이에 대한 불편함 및 거부의 의사표시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사례1)에서는 B가 C를, (사례2)에서는 E가 F를 모두 자신에게 퇴근시 카풀(car pool)을 요구했다며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C와 F의 행위를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퇴근길 카풀은 회사에서 지시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업무상 필요성이 없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해당 사례들에서의 쟁점은 C와 F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피해 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가 인정되는지, 행위자가 이러한 상태를 이용했는지 등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례1)에서 첫 카풀은 B의 호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C가 지위의 우위를 이용했다거나 B에게 고통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C의 카풀 요청 행위들은 B가 완곡하게나마 지속적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C가 이를 무시한 채 요구를 반복하는 사실이 확인되므로 C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한 것이며, B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습니다.
(사례2)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카풀은 E의 제안 및 호의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F는 E가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거절하기도 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E가 해당 행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F가 지위 등의 우위를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례1)에서 C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반면 (사례2)에서 F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두 사례를 비교검토한 결과 같은 행위도 당사자 간의 관계, 상황 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해당여부가 달라진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례1)의 카풀 요구 행위는 B의 완곡한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은 C의 수직적인 관계에 기반한 요구였습니다. 이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하급자가 상급자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기 부담스러워 완곡하게 거절하였음에도 상급자가 이를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위를 이용하여 같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급자 및 동료가 원하지 않는 요청임에도 우위에 의한 강요로 생각해 들어주는 것은 아닌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