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조사 시작하자마자...가해자가 잘못 인정한다면?

지난 9월 말부터 CHO Insight 뉴스레터를 통해 격주로 보내드리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실무 팁(tip)'에 대한 독자님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지난달 1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한층 강화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주에도 행복한일 연구소(노무법인)가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가 흔히 겪게 되는 사례를 인용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대처 요령을 전해드립니다. 행복한일 연구소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입법 전부터 법률자문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분야 국내 최고 수준 노무법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피신고인이 적극적으로 잘못 인정하는 경우 조사를 종료해도 되는지,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 착수 여부, 신고인이 보호조치 거부하는 경우 등에 있어 조사 담당자의 대처법 등을 알려드립니다.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면담조사를 시작하자마자 피신고인이 무조건 잘못했고 전부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조사가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는데, 이대로 사실확정을 해도 되는 것인지?

피신고인이 떳떳하고 당당한 자세로 ‘사실인정’을 하며 조사에 임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조사자는 보통 피신고인이 부인 또는 항변을 할 것이라 여기고 긴장하게 되므로, 피신고인이 예상과는 달리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조사자가 긴장을 풀고 접근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긴장을 풀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피신고인이 행위내용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지만, ‘객관적 사실조사’의 관점에서 피신고인의 무조건적인 인정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고인의 주장내용도 대체로 기억에 의존하게 되므로 상당히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피신고인이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불분명한 주장만으로는 ‘객관적 사실’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결과적으로 징계나 인사조치로 이어지는 근거자료가 되므로, 그 근거되는 사실이 명료하지 않다면 피신고인의 부당징계구제신청 등에 속수무책으로 대응이 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피신고인이 무조건 잘못했고 전부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하더라도, 신고내용을 명확하게 짚으며 개별 행위마다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등 조사를 철저히 마무리하여야 할 것입니다.


Q.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익명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도 모두 조사하여야 하는지?

우선 조사가 익명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여 신고인, 피해자, 피신고인 등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섣불리 조사에 나서지 않아야 합니다. 조사 개시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할 경우, 섬세하지 못한 조사 방식에 의해 회사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 피해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태조사 결과에서 인지하게 된 괴롭힘 사실이 있는 경우, 우선 당사자 또는 조력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창구가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와 함께 공식적·비공식적 루트를 활용하여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은 직원이 근무하는 현장을 지속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피해근로자는 특정되지 않더라도 행위자와 행위내용이 충분히 특정 및 입증될 만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사를 개시하는 것도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가 보호조치로서의 인사발령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조사가 완료되기 전 순환보직·정기인사 대상으로 발령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어떻게 조치하여야 하는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조사기간 동안 보호조치가 필요하나, 신고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고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발령은 부당 인사발령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장 내 성희롱 금지법과 유사한 형식과 내용인 점을 고려하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는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인 ‘불리한 처우’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물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완전히 무관하게 이루어진 인사발령에 대하여는 위 법에 의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최근 청주지방법원에서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청주지법 충주지원 2021.4.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참조)한 점을 고려하면, 신고한 근로자와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협의’를 통해 당사자 본인으로부터 인사정책에 따른 인사발령에 대한 동의 의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조치일 것이며, 한편 인사발령을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조사가 완전히 완료된 후에 발령을 내리는 방안 역시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한 일 연구소/노무법인 곽영준 노무사


출처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109673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