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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월간노동법률] 문강분 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산업안전보건법 이행이 관건”
2020-07-13 10:47:12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포럼을 앞두고 있는 문강분 행복한일노무법인 대표노무사에게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물었다. 

 

문 대표는 <노동법률>, 국회 이수진(비례)·송옥주의원실과 함께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0회 직장 괴롭힘 포럼'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향후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입법 당시 일명 '양진호 방지법'이라 불렸던 법이라 직장 갑질 근절을 열망하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 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 중 핵심이자, 노동존중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부는 1년 동안 법 시행을 지원하기 위해 매뉴얼이나 가이드 등을 통해 자율적인 규범화를 권장하는 노력들을 해왔다. 

1년 동안 '괴롭힘'이라는 새로운 위법행위를 구체화하고, 이를 금지하려는 법적 의지를 국가적으로 홍보한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주체들은 어떠한 행동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름이 없었던 고통에 '괴롭힘'이란 명명이 이뤄지고, 사회적으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묵과하고 인내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던 갈등이 표출되는 중요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을 당시 기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본적으로 직장 내 특수성을 기초로 하는 법이다. 

모든 조직은 일하는 환경과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를 어떤 행위라고 일괄적으로, 구체적으로 못 박기 어려운 이유다.

  

직장 내 괴롭힘 입법이 진행되기 전인 2016년부터 정기적인 직장 괴롭힘 포럼을 통해 학계와 기업, 공공기관 등의 다양한 이슈들을 꺼내 논의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이제까지 근로자간의 사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간주했던 갑질, 갈굼, 태움, 따돌림이라는 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업무성과를 내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과중하다거나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괴롭힘이라는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 정당한 업무지휘권과 

괴롭힘 사이에서 적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괴롭힘 발생에 따른 사후처리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 괴롭힘을 인지하거나 신고하는 경우 즉시 조사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를 인지로 봐야할지, 

신고가 불명확하게 제기되는 경우 어찌 대응해야 할지,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보호조치와 징계조치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실무상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나 행정적 지원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예방 및 대응절차를 체계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 현행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법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인권 차원에서 가장 기본적인 3법의 개정을 통해 입체적 규율을 시도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사업장 질서를 실질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취업규칙의 필수기재사항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사후조치'를 규정했다.

  

조직별 특수성을 감안해 일괄적인 제재방식보다 자율적 규범화를 지원하는 방식이고,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법수준과 체계에서 비교법적으로 미비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법을 대하는 수규자들의 태도이다. '제재가 없으면 지키지 않는다'는 수동적인 대응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법제나,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괴롭힘 행위들을 규율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방지와 대응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한 만큼 사용자가 이를 준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부재할 때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형벌이나 과태료가 아닌 조직역량의 약화, 극단적으로는 조직의 붕괴다. 실재하는 조직 내 괴롭힘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꺼내어 해결하고, 존중일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성희롱 제도의 역사에서 지난 20년간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를 금지ㆍ처벌하고, 성희롱 행위와 피해자 보호방법을 구체화하는 등의 입법이 이뤄진 것은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재를 회피하는 관점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최초로 진행된 입법이어서 미비한 점도 있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법제화되다 보니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배제되고, 특수고용근로자 등을 규율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영세사업장과 특수고용노동자의 인권 전반에 대한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다. 

괴롭힘 문제는 비단 직장 내에서, 근로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전 사회적 관점에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수고용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기준이 확대되는 방향성을 감안하면, 산업안전의 관점에서 추가적 입법이나 보완책도 분명 필요하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나.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제1항 제3호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 기준 마련, 지도 및 지원'을 국가가 본격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고, 원ㆍ하청 관계를 포괄해 규율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닌 업무종사자까지 규율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괴롭힘 해당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현장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전문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예방과 사후조치는 사업장 기준에 따른다 하더라도 기존의 노동청에 설치돼 있는 

괴롭힘 판단 전문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거나, 노동위원회 등에 심의 및 분쟁해결을 지원하는 기관을 설치해, 처벌이 아닌 실질적 지원과 관리감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직장 내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입법적으로 프랑스 괴롭힘법이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관련 연구에 의하면 실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현장 차원의 자발적 노력이라는 점은 선행연구에서 정립된 결론이다.

  

괴롭힘 분쟁의 실질적인 리스크는 조직경쟁력의 약화, 생산성의 감퇴이다. 우리 조직의 생산성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것이며, 이를 해소하고 개선하는 차원에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괴롭힘 분쟁으로부터의 혼란을 피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구성원들의 고충을 살피고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괴롭힘 행위를 밝히고 행위자를 징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개인 신상이나 인사처우로 인한 고충, 공공분야 갑질로 인한 고충, 성희롱을 비롯한 괴롭힘 고충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 예방·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부터 관리자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타인의 고통을 귀찮은 일이 아닌 조직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성에 기반해 나와 다른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높이고 존엄한 일터를 마련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 기사원문 :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gopage=1&bi_pidx=30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