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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현장에서는 노사 모두 ‘불만’
2020-01-31 12:04:34

[참여와혁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현장에서는 노사 모두 ‘불만’


· 손광모 기자 

· 2020-01-30


관계 우위성’, ‘업무상 적정 범위판단 등에서 실무적 혼선시간이 ? 개정?

1월 30일 오후 2시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에서 진행된 제19회 직장 괴롭힘 포럼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노사 자율’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입법됐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두고 노사 모두 불만이 만만치 않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공포 1주년을 맞아 실무상 쟁점 사항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복한 일 연구소(소장 문강분)는 1월 30일 오후 2시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제19회 직장 괴롭힘 포럼을 개최했다.


지위의 우위성은 명확하다만, ‘관계의 우위성’은?


Z 회사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이유로 A에게 정직 29일의 징계를 내렸다. A는 대표이사에게 징계 철회를 요구하다 “네가 사장이냐”, “내가 고발하면 이 회사 망한다” 등의 폭언을 했다. 대표이사는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성이 있어야 한다. 2019년 2월 22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이하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르면, ‘관계의 우위성’은 연령, 학벌, 성별 등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실상 우위로 규정한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지위의 우위성과 관계의 우위성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이세리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는 “실제 직장 내에서는 반드시 우위성이나 우월성이 전제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동자 보호 취지에서 우월성의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관계의 우위성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우위성 개념을 모두 버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진수 행복한 일 노무법인 부대표는 “실무적으로 지위의 우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관계의 우위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결국 관계상 우위를 인정하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업무상 필요한 지적’과 ‘직장 내 괴롭힘’의 간극


“A 컨설팅 회사의 신입 직원 B는 C 과장에게 신상품 출시 기획안을 제출했다. C 과장은 ‘문장이 간결하지 못하다.’, ‘보고서 디자인이 촌스럽다.’ 등 이유로 총 5차례에 걸쳐 수정지시를 했다. B 직원은 C 과장의 지적을 납득할 수 없었고, 주변에 고통을 호소했다.”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 적정 범위에 대한 판단은 위 사례처럼 상급자와 하급자 간 온도차가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르면, 업무상 적정범위가 넘는 경우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규정된다.

이세리 변호사는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노동자에게 업무를 부여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재량영역이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지 여부에 대해 사법 또는 행정기관에서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정상적인 업무상 지시명령권과 직장 내 괴롭힘을 구분하기 위해 ‘행위자 주관적 의도’가 직장 내 괴롭힘 개념 표지로 추가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안진수 부대표는 “일반적으로 지위의 우위성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행위는 행위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업무상 적정성’에 대한 관점이 지위고하, 세대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라며, “‘의도 없는 괴롭힘 행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의도의 존재여부’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건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어떻게 고쳐쓸까?


이날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입을 모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입법의 의도가 현실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근절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세리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구체적 판단 기준과 내용을 사업장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그러나 실제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규정의 모호성과 함축성 때문에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향후 행정해석과 판결들이 축적돼 상세한 기준이 정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노동현장과 노동문화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 제도는 1개 법조문과 모호한 매뉴얼 정도만 있을 뿐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문제의 처리과정은 노동자들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뉴얼이 아니라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 원문 :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