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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월간노동법률 3월호-특별기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한 소고
2019-12-12 09:59:40

[특별기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한 소고

·2019-07-17 18:38:08


1. 직장 내 괴롭힘법의 도입 개관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사회 심리적 건강에 관련돼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슈로서 이론과 제도 및 실무의 영역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왔다. 10년 이상 행정지침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해오던 일본은 지난 5월 29일 우리나라에 이어 직장 내 괴롭힘법을 제정했고, 100주년을 맞은 ILO는 지난 6월 21일 직장 내 괴롭힘 철폐를 선언하는 190호 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괴롭힘과 관련해 2013년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입법 노력이 이어지던 중, 현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선정한 바 있으며 지난해 7월 18일 관계부처 합동대책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기존에 발의됐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안을 검토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심의-의결했다. 위 세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심의가 보류됐다가, 같은 해 12월 26일 최종 통과하고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2019년 1월 15일 공포됐다. 이 중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7월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법제화부터 그 내용까지 상당히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의미에 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2.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의의와 특징–최소입법과 자율규범 형성을 통한 실질적 변화 모색

가. 실효적 체계를 갖춘 아시아 최초의 직장 내 괴롭힘 입법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본적으로 자율규범을 배경으로 높은 수준의 강행법규를 설정하고 있는 아시아 최초의 직장 내 괴롭힘 입법으로서, 한국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실효적 입법이라고 생각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학대행위를 금지하도록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한편, 취업규칙이라는 자율규범을 통해 실질적으로 당해 사업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규범화하도록 한 이번 개정안의 규율형식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미국 EEOC(균등고용기회위원회)를 비롯해 외국의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에 관한 매뉴얼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며, 리더십의 핵심 내용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정책 선언문과 이를 실현하는 자체 규범의 제정이다. 이번 법제에서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점은 외국의 직장 내 괴롭힘 정책을 적극 고려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한편, 수규자 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정의가 추상적으로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취업규칙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명시 등 사업장에 맞는 구체화 과정을 통해 행위에 대한 오해와 갈등에 따른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법제화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정법에는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이 규정돼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 기본 목적이 피해자 보호이므로 입법 단계에부터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강력한 보호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입법의 실효성 또한 구비했다고 판단된다.

이 법은 일본에 앞서서 아시아 최초 직장 내 괴롭힘 입법화이며, ILO 190호 "직업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의 철폐에 관한 협약"에도 상당 정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나. 근로자에게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한 기업시민법
중요한 것은 우리 근로기준법이 신체에 대한 공격 즉 신체 폭행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공격을 괴롭힘으로 명시하고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근로제공 과정에서 인격권을 보장받을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정신건강을 보장하는 차원의 입법 경향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고할 의무와 별도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인격권을 보장하도록 사용자에게 강행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 법은 그간 판례에 의해 인정된 근로제공 과정에서의 인격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종속노동'에서 '시민노동'으로의 선언이라는 큰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법은 '기업시민'법으로서 평가받을 만한 입법이라 할 것이다. 드디어 근로자에게 '머슴'이라 공공연히 부르거나, '남의 돈 먹기가 쉽냐'고 추궁하거나, '스트레스의 대가가 노동'이라며 자조하는 시대를 마감할 수 있는 근로 기준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 실질적 규율범위 확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괴롭힘 행위의 유형을 열거 및 특정하지 않고,, 그 행위에 대한 벌칙이나 과태료 부과가 없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포괄적 정의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모든 근로자들이 근로제공 과정에서 인격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괴롭힘을 금지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 조항의 신설로 인해 다른 노동관계법령의 위반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자체만으로 법 위반 행위로서 행정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불법행위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근로자 보호에 실효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그간 노동관계 법률에서 규율하기 어려웠던 왕따 등 동료에 의한 '사회적 고립' 이나 비언어적인 '무시' 등과 같이 순수한 괴롭힘 행위로 인한 피해가 새롭게 구제대상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라.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통한 규범 실효화와 확대
이 법은 괴롭힘에 대한 포괄적 개념을 정의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의 필수 기재사항으로, 사업장 내 자율적인 방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어떻게 예방하고 처리할 것인지를 규범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이슈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감안해, 법률에 의해 하나의 방식을 강제하지 않고 해당 사업장의 인적 구성이나 산업 특성 등 실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여백을 두고 이를 사용자가 스스로 각각의 사업장 특성에 맞도록 설계하도록 독려하는 취지다.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이 근로자 보호의 목적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일반-추상적인 단체 내부규정으로, 그 작성-시행으로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는 문서로서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지난 60년간 사업장 규범으로서 특별한 위상을 점해왔다.

1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작성하는 취업규칙은 현실 노동관계에서 근로계약 및 노동보호 관련 영역뿐만 아니라 노동 단체 관련 영역까지, 취업규칙 규범이 등장하지 않는 예가 없을 정도다. 관련 분쟁에서 법원(法院)도 취업규칙을 당연히 법원(法源)으로서 전제하고 이에 기해 그 사건의 당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에서의 취업규칙이 사실상 기업노동헌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법률에 의한 하나의 기준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보다 실효적 규율이 될 수 있다.

마. 노동자 참여를 통한 직장 질서의 형성과 규범의 확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조직 내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론적으로 지지되며 실무적으로도 권유되는 유효한 방식은, 해당 제도에 의해 규율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유형의 제도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임・직원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HR-교육-홍보-재무-법무-감사실 등 유관 업무담당자의 의견 수렴, 다양한 소통채널 활용, 전 직원 설문, 부문별 토론, 브레인스토밍 방식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유형을 도출하는 과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학습하고 예방하는 활동들이며, 구성원들이 기업의 반괴롭힘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직장 내 괴롭힘의 취업규칙 동의 주체가 과반수 노동조합이며,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협의회의 근로자대표로서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이제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뚜렷한 활동을 전개하지 못해 왔다. 노동조합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활동을 강화하면서 조직 내에서 근로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고, 산별노조 등 기업 단위를 넘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하청업체, 특수고용노동자 등에 대한 규율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괴롭힘 금지법제가 근로자에게만 한정되는 입법적 불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비판에 대한 항변–법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법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입법 초기임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가 근로자로 한정되기에 보호 대상이 협소하다는 주장, 괴롭힘 행위를 특정하지 않고 있어 법 자체가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일견 타당하고 향후 법제의 개선을 통해 반영할 필요가 있는 아이디어이다. 다만 현재 입법에 대한 비판의 논거로 활용되기에는 섣부르다고 판단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각 국가가 처한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에서 해당 조직과 구성원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다이내믹하게 발생한다. 입법으로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법제화한 외국의 경험을 통해 도출된 사실은, 괴롭힘 추방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자발적인 노력과 이를 통한 조직과 구성원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기업에서 리더십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고충처리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여성, 영세기업 노동시장의 신분 괴리가 공고한 가운데 구조적 괴롭힘이 만연하다. 근로관계 하의 사용자와 근로자를 당사자로 축소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피해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보다 입법 초기에 중요한 것은 법이 적확하게 적용되도록 사용자들에게 법적 의의를 알리고,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고려한다면, 사용자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고, 이 경험을 기반으로 괴롭힘 피해자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금번 입법은 비교적 짧은 논의과정을 거쳐 탄생한 최초 입법이니만큼 우선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중심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추진하고, 향후 현행법의 안착과 더불어 대상과 규율수준의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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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  법학박사(노동법) 행복한일 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