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최근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정식조사를 의뢰하였습니다. 당사자 및 참고인을 대상으로 대면면담을 실시한 외부 전문가는 진술과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고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결론으로 담은 조사보고서를 A 기업 인사팀에 제출하였습니다.
A 기업 인사팀에서는 해당 조사보고서에 기술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여, 신고인에게 조사결과를 간략히 통보하고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A 기업의 블라인드(익명 게시판)에서는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외부 조사자가 괴롭힘 행위자와 같은 성별에 비슷한 연령대라 편향된 관점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노동청에 직접 문제제기 하겠다’ 등 조사결과에 불만을 가진 신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게재되었고, 해당 글에 동조하는 댓글도 여럿 이어졌습니다.
이를 확인한 A 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공정한 조사를 위해서 비용을 들여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조사를 마친 것이었는데도 당사자가 이렇게 처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니, 해당 당사자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회사의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해 갖는 신뢰가 낮아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A 기업의 사건 처리 프로세스 중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시 그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동조 제4항 및 제5항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피해근로자와 행위자에 대해 조치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의 확인’을 위한 조사는 통상 ‘①신고내용 중 사실로 인정되는 행위의 확정’, ‘②사실로 확인된 행위의 직장 내 괴롭힘 해당여부 판단’의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조사의 결과물인 조사보고서는 이 두 측면의 검토가 논리적으로 면밀히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충실히 작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건 조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나 암묵적 관행 등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 해당여부에 대한 조사자 의견은 외부자 관점에서 주로 판례나 기타 사례를 참고하여 제안되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전문가의 조사보고서 내용과 판단 의견을 기업 내부에서 재차 신중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그 심의 과정에 근로자위원 등 내부 구성원들을 참여시킨다면 사건 판단 결과에 대한 당사자들의 수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보고서에서 각 행위를 사실로 인정/불인정한 근거를 재검토하고, 사실로 인정된 행위들이 조직 내에서 신고인과 같은 처지의 일반평균인 관점에서 조직 내 업무관행이나 조직문화에 비추어 볼 때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미해당하는지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이 의사를 개진하고 심의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절차를 거친다면, 당사자 또한 통보받는 사건 처리 결과가 조사자나 회사의 일방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 확인을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 확인 및 행위자·피해자에 대한 조치 관련 내용을 심의·권고)을 제안하고 있으며, 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인사위원회에서 실제 조치를 의결하는 절차로 구분하여 운영할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등 분쟁의 자율적 해결 방안으로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에 고충의 처리를 위임하는 방안을 명시하고 있는데(남녀고용평등법 제25조), 이를 참고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심의·판단을 노사동수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에서 담당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및 사용자위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법제 및 판단에 관한 이해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를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유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은 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운영하는 등 사업장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업장 내 기존 고충심의위원회 등과도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회시한 바 있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해 고충처리시스템의 일환으로 고충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사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심의 시에도 해당 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근로기준정책과-385, 2022.02.07.).
사업장 여건에 따라서는 위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심의를 위한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공식적 절차로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가 조사 결과에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외부 기관 진정 등으로 이어지면 회사로서는 그에 대한 대응을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등을 소모하여야 함을 고려하면, 사전에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심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결코 비경제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향후 사건 당사자가 사내 처리 결과에 불복하여 공적 기관을 통한 구제절차나 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경우, 심의위원회 운영 등의 기록은 회사가 신고 사건에 대해 신중하게 조치하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그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차상미 행복한일 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