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원실 웹 개발팀에서 근무하는 A는 같은 팀 팀장인 B와 지속적인 갈등 상황이 있었고, 팀장 B는 A에 대해 SNS상의 게시글과 관련하여 형사고소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한달 뒤 A는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회사와 노동청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A는 B를 모욕죄와 강요죄로 고소했고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A와 B 사이의 지속적인 마찰, 불화와 대립은 업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팀 전체의 문제가 되었고, 다른 구성원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는 등 조직 내 업무 환경이 부정적으로 조성되었습니다.
회사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A와 B의 관계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A에게 타 부서로의 이동을 제안했지만 거부했고, 상황은 더 곤란해졌습니다. A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배치 전환을 해도 되는 것일까요?
#직장질서 유지 위한 배치전환 가능한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며, 이 때 '업무상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 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 사정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등)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갈등을 빚고 있고 나아가 팀 전체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A와 B에 대한 분리의 필요성, 조직 질서 회복과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A에 대한 전보 명령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일지라도 해당 전보 발령으로 인한 A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다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신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인사발령은 안돼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A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이라는 점에서 회사의 고민이 깊어진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제76조의3 제6항)고 하여, 불성립된 직장 내 괴롭힘일지라도 신고인을 보호하도록 규정을 두었습니다. A에 대한 인사 발령의 필요성이 있어도 A가 이를 거부하는데 일방적으로 전보 발령을 내린다면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제6항의 보호 대상이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을 전제하지 않는 이유는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 조치로 인하여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위축시키거나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고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입니다. 회사의 인사상 재량권이 넓게 인정되기는 하지만, 달리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데도 신고를 이유로 한 것이라면 법위반이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A에 대한 전보 명령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는 별개로 이루어진 인사 발령으로서 분리의 필요성, 조직 질서 유지와 회복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로 인한 A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없거나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 내에 있다면 전보 발령도 가능한 것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12. 05. 선고 2024누35394 판결)
#갈등해소 위한 회사의 노력도 판단 근거
이 고등법원 판결은 회사가 A에 대한 전보 발령 시 팀원들이 이들의 분리를 요청에 근거하였고 노사협의회의 논의를 거치기도 하였으며, A가 새로 수행할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어서 교육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A가 가지고 있는 필수 자격 능력과 기본 업무와 유사한 업무에 배치하였고, 업무가 적게 부여되었더라도 급여 등의 불이익은 없었으며, 전보 발령 이전에 A의 의사를 묻는 등의 노력을 했다는 점이 전보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던 사례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의 정도만이 아니라 전보 발령 이전에 갈등해결을 위한 회사의 상당한 노력 여부도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 위반 여부를 실필 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내부 코칭이나 갈등 조정 교육, 일대일 면담, 심리 상담 지원 등 갈등 해결을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1차적인 조치를 시행하고, 전보 조치 등 인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고 절차는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박윤진 행복한일연구소 / 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104374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