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최근 20명 내외가 근무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재무회계 담당 경력직으로 입사하였습니다. 사실 A는 재무회계 경력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관 업무를 수행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A는 모자란 경험을 만회하기 위해 입사 후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하고 업무시간 외에는 관련된 업무지식들을 습득하면서 일에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물을 받으러 탕비실로 향하던 A는 그 안에서 동료 직원들의 대화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어렴풋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동료 직원들이 자신이 탕비실로 들어가자 어색하게 대화를 멈추는 것을 보고, A는 무언가 자신이 들으면 안 될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에도 당시 그 직원들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본인을 멀리하고 피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던 것입니다. A는 어찌 된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다른 직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어 황당하고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A는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일을 잘해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던 A는 사내 고충처리를 담당하던 인사 본부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상담했습니다. A는 인사 본부장으로부터 괴롭힘에 대한 조사에 대한 안내도 받았으나, 이렇다 할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도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였습니다.
◆따돌림도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
왕따, 집단 따돌림 등도 분명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입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에서도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행위를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례에서 관계 당사자를 특정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집단적 괴롭힘은 그 특성상 사실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처럼 직접적으로 A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기 보다는 A가 모르게 뒤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어서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정황 등의 간접 증거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A를 조력하는 내부자가 있지 않는 한 A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속적인 상담과 모니터링이 우선
위와 같은 경우, 섣불리 조사를 실시하여 오히려 사실 입증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피해근로자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피해근로자에게 집단적인 따돌림 행위를 한 당사자들도 조사 결과 사실 인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용하여 오히려 더 교묘하고 증거가 남지 않는 방법으로 괴롭힘 행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집단적인 괴롭힘의 정황을 포착했으나 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해근로자에게 위와 같은 조사를 통한 사실 인정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시키고, 피해근로자와의 지속적인 상담과 리더십을 통한 밀접한 관리를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여야 합니다. 또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 실태조사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직 내 경각심을 일깨우는 활동을 하여야 합니다.
객관적인 조사를 통한 조치도 물론 중요하나, 지속적이고 실효적인 직장 내 괴롭힘 예방활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