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A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0건’을 목표로 분주히 일하고 있습니다. A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캠페인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매년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청결 구역’으로 회사가 소문나기 위하여 함께 해줄 것을 서명받고 있습니다. 또한, A는 자신이 고충처리담당자로 있고, 고충처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자신에게 와서 고충을 토로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A의 이러한 노력으로 4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사건 0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회사는 고용노동부와 외부 기관으로부터 익명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제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또한, SNS 익명게시판에는 ‘OO과장의 실체’, ‘◇◇부장의 횡포’, ‘따돌림 천국’ 등의 글이 계속하여 올라오고 있었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은 ‘회사가 신고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하여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A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노력은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신설되었고,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여 실시하고 있고, 회사로 사건이 접수되면 자체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됩니다.
A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활동은 회사 내 괴롭힘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0건 달성’이라는 업적에 동참할 것을 홍보하고, 그 숫자를 올리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방식의 예방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는 사례와 같이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즉,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기 위한 목적이 ‘신고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접수하여 처리하여야 할 고충처리담당자인 A가 ‘직장 내 괴롭힘 0건’을 홍보하는 행위는 직원들의 고충 호소 창구를 막은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 ‘직장 내 괴롭힘 0건’이라는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프로세스나 고충처리시스템 접근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은 전문성이 확보된 고충처리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주어지거나 고충이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아 불편함이 있다면 회사에 입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에서 피해직원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신고를 제기하는 것이므로, 자신을 가장 잘 보호해 줄 수 있는 수단을 찾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회사의 고충처리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직원들은 결국 회사가 아닌 고용노동부와 같은 외부 기관을 통하여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 보도자료(2023. 9. 22.)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지난 3년의 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사건이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발간한 ‘조정과 심판(2023년 12월호) - 당신의 직장생활 고충은 해결되셨습니까?’에 따르면, 일반인의 89.4%가 내부 고충처리제도를 잘 모르거나, 있어도 활용도가 낮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발생 시 법적 분쟁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고충처리시스템이나 사건 발생 시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직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직원을 고충처리담당자로 임명하거나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안정적인 고충처리시스템의 존재를 직원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충이 접수되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여 직원들에게 ‘회사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코로나19 등 여러 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소통 방식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회사는 외부의 흐름을 반영하여 내부적으로 직원들 간에 소통 방식을 안내할 필요가 있고, 고충처리시스템은 조직 내 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고충처리시스템은 직원들 간의 소통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을 완화하는 예방책이 될 것입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