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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경컬럼]"반말 금지해놓고 사장님이 반말을…"… 직장내 괴롭힘 신고 당한 사장님(230919)
2024-02-22 15:22:34
"반말 금지해놓고 사장님이 반말을…"… 직장내 괴롭힘 신고 당한 사장님

#사례

최근 A대표이사는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익명의 직원이 자신을 상대로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는데, 자문 노무법인으로부터 “대응은 해보겠으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A대표이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보기 드문 CEO’라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습니다. 전문성, 비전, 영업능력, 조직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6개월 전 A대표이사가 개최한 전 직원 간담회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간담회 주제는 '소통 방법'이었는데, A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앞으로 우리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서로에게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더라도 회사 내에서는 반드시 존댓말로만 소통합니다. 반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제재하겠습니다”라고 했고, 전직원이 찬성하여 이 내용을 ‘회의록’으로 남겨 전사에 공지했습니다. 회사는 그동안 임직원 추천으로만 채용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사적 관계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관련하여 공사구분에 대한 원칙을 바로세우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A대표이사가 간과한 것은, 자기 자신이 무의식중에 ‘반존대’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청 신고 내용도 “A대표이사가 자기가 세운 규칙도 지키지 못하면서 존댓말 사용을 강요하고, 자기는 반말로 비아냥거리며 정신적 고통을 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A대표이사는 앞으로 직원들을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관련 법리 및 판단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입니다(대법원 2004.2.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취업규칙은 일반적으로 서면으로 작성된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을 일컫지만, 성질상 반드시 서면일 것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명칭 등 형식을 불문하고 ①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하여 ②사업 또는 사업장의 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 법적으로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①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체인 A대표이사가 ②전 직원 간담회에서 ③모든 구성원에 대하여 ‘제재’를 포함하는 반말금지 원칙을 ④구두로 발언한 것 자체로 ‘취업규칙’이라고 볼 수 있으며, ⑤전직원이 이에 찬성하였으며 ⑥그 내용을 ‘회의록’이라는 문서에 담아 ⑦전사에 공지하였으므로, A대표이사가 발언한 반말금지 원칙은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업규칙은 법규성이 부여되는 것이므로(대법원 1977.12.27. 선고, 77다1378 판결), 취업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는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우며, 직장 내 괴롭힘의 관점에서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취업규칙 위반과 별개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판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행위 양상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A대표이사가 전 직원 간담회에서 공표하고 회의록으로 공지한 반말금지 원칙을 스스로 위반한 것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성립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제언

비전 제시, 목표 확립, 규칙 설정은 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조직관리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 행동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인데, 왜냐하면 약속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반말’이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건이 아닙니다. 경영권 또는 인사권이 있는 자가 직장 내에서 하는 ‘말’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는 위와 같은 소통방법에 대한 복무규율 뿐만 아니라,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 근로계약 기간이나 정규직 전환 여부, 징계양정, 평가, 기타 인사와 관련된 매우 많은 영역에서는 반드시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말을 들은 상대방이 청구서를 내밀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경영권 또는 인사권이 있는 자의 ‘인사’와 관련된 발언은 통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사상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는 조직 내 관련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거나, 외부적으로는 적절한 코칭이나 노무법인 또는 법무법인의 자문 및 컨설팅이 도움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전 직원 간담회’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는 가급적 사전에 잘 조율된 발언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잘 판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곽영준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노무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9186944i